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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코로나 일상, 코로나 블루

by 예지 Ambitious 2020. 9. 18.

코로나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요즘, 집에만 있으려니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이래서 다들 코로나블루가 온다고 하는 건가....

 

지난달 초에 지인과 같이 구매한 원두가 750g이나 생겼더랬다. 이걸 언제 다 먹을까 걱정했건만, 너무 집에만 있다 보니 혼자 750g 원두를 소진하는 데에 미처 한 달도 안 걸렸다. 뿌듯하면서도 뭔가 서글픈 스토리.

집에만 있어서 생기는 우울증에 커피는 과연 약일지 독일지. 일단 원두를 새로 더 주문했으니, 열심히 내려 마시면서 고민해 봐야겠다.

 

 

거리두기로 인해서 외출도 제한하고 있는 요즘, 그래도 가끔 외출할 때면 걱정이 되면서도 그렇게 기분이 들뜬다.

얼마 전에는 업무를 보러 광화문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이왕 나가는 김에 점심도 먹고 오자고 조르는 거다. 우리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골목식당에 나온 텐동 가게가 광화문에 분점을 냈다며, 꼭 먹어보고 싶다고. 광화문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걱정이 되면서도 오랜만에 외식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마음을 못 잡고 있는 와중에 남편이 또 설득한다. 코로나라고 아무도 식당을 찾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아남냐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지 않고 2.5단계로 정한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 아니냐며. 안전수칙 가이드라인 잘 지키고 가서 맛있게 먹고 오는 게 서로 돕는 길이라고. 듣다 보니 맞는 말 같아서 결국 꼬임에 넘어가 버렸다. 

 

거리두기 2.5 시행중이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아서 대기해야 했다.

가는 길에 교보문고에도 들러 필요했던 교재를 사고 - 오랜만에 서점에 간 나머지 너무 흥분한 바람에 도서 충동구매도 넉넉히 하고 - 골목식당에 나왔던 텐동집인 온센으로 향했다. 코로나라서 장사가 안 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한 게 무색하게, 가게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도 근처의 직장인들이 밥을 먹으러 온 거겠지?

 

온센의 두가지 샐러드와 기본 온센텐동 (수란과 새우는 하나씩 더 추가했다). 주변 시세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편.

우리 둘 다 백종원님을 정말 좋아해서 미국에 살 때도 인터넷으로 골목식당을 열심히 챙겨 보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보고는 있지만, 프로그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 남편도 요새는 관심이 조금 시들해진 느낌이다. 한국에 온 후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 중 몇 군데를 가 봤는데, 티비에서 칭찬받은 만큼 맛이 있다고 느낀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연돈을 못 가봐서 그런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도 좀 더 쐴 겸 청계천 쪽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서촌 쪽에서 유년 시절을 대부분 보낸 덕에 이 부근은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었는데, 이제 거리도 멀어진데다 코로나 탓에 자주 오지 못하는 곳이라 그냥 지나치기가 너무 아쉬웠다. 확실히 코로나의 여파로 청계천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 덕분에 느긋하게 걸으며 초가을의 공기를 즐길 수 있었다. (여전히 마스크는 써야 했지만.)

 

최근 관심이 모두 '내집 마련하기'에 쏠려 있는 나는 남편에게 투덜댔다. 엄마아빠가 계속 여기 살았으면 얼마나 좋아. 서울 한복판이고 지금 집값도 엄청 올랐는데. 그 말을 들은 남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두 분이 여기 계속 사셨으면 우리는 친정 근처에는 절대 집을 못 샀겠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그건 그러네.

 

우리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청계천에서 만난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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