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요즘, 집에만 있으려니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이래서 다들 코로나블루가 온다고 하는 건가....
지난달 초에 지인과 같이 구매한 원두가 750g이나 생겼더랬다. 이걸 언제 다 먹을까 걱정했건만, 너무 집에만 있다 보니 혼자 750g 원두를 소진하는 데에 미처 한 달도 안 걸렸다. 뿌듯하면서도 뭔가 서글픈 스토리.
집에만 있어서 생기는 우울증에 커피는 과연 약일지 독일지. 일단 원두를 새로 더 주문했으니, 열심히 내려 마시면서 고민해 봐야겠다.
거리두기로 인해서 외출도 제한하고 있는 요즘, 그래도 가끔 외출할 때면 걱정이 되면서도 그렇게 기분이 들뜬다.
얼마 전에는 업무를 보러 광화문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이왕 나가는 김에 점심도 먹고 오자고 조르는 거다. 우리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골목식당에 나온 텐동 가게가 광화문에 분점을 냈다며, 꼭 먹어보고 싶다고. 광화문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걱정이 되면서도 오랜만에 외식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마음을 못 잡고 있는 와중에 남편이 또 설득한다. 코로나라고 아무도 식당을 찾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아남냐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지 않고 2.5단계로 정한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 아니냐며. 안전수칙 가이드라인 잘 지키고 가서 맛있게 먹고 오는 게 서로 돕는 길이라고. 듣다 보니 맞는 말 같아서 결국 꼬임에 넘어가 버렸다.
가는 길에 교보문고에도 들러 필요했던 교재를 사고 - 오랜만에 서점에 간 나머지 너무 흥분한 바람에 도서 충동구매도 넉넉히 하고 - 골목식당에 나왔던 텐동집인 온센으로 향했다. 코로나라서 장사가 안 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한 게 무색하게, 가게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도 근처의 직장인들이 밥을 먹으러 온 거겠지?
우리 둘 다 백종원님을 정말 좋아해서 미국에 살 때도 인터넷으로 골목식당을 열심히 챙겨 보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보고는 있지만, 프로그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 남편도 요새는 관심이 조금 시들해진 느낌이다. 한국에 온 후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 중 몇 군데를 가 봤는데, 티비에서 칭찬받은 만큼 맛이 있다고 느낀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연돈을 못 가봐서 그런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도 좀 더 쐴 겸 청계천 쪽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서촌 쪽에서 유년 시절을 대부분 보낸 덕에 이 부근은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었는데, 이제 거리도 멀어진데다 코로나 탓에 자주 오지 못하는 곳이라 그냥 지나치기가 너무 아쉬웠다. 확실히 코로나의 여파로 청계천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 덕분에 느긋하게 걸으며 초가을의 공기를 즐길 수 있었다. (여전히 마스크는 써야 했지만.)
최근 관심이 모두 '내집 마련하기'에 쏠려 있는 나는 남편에게 투덜댔다. 엄마아빠가 계속 여기 살았으면 얼마나 좋아. 서울 한복판이고 지금 집값도 엄청 올랐는데. 그 말을 들은 남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두 분이 여기 계속 사셨으면 우리는 친정 근처에는 절대 집을 못 샀겠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그건 그러네.
우리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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