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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집:미국/미국생활노트

미국 대학 생활에서 중요한 마음가짐 (feat. 미국의 동아리(?) 활동)

by 예지 Ambitious 2020. 9. 7.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얘기를 하면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미국 학교 생활이 한국의 학교 생활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다.

요새는 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도 많고 - 물론 코로나 시기 제외 😢 -, 해외로 나가는 것이 예전만큼 어렵지 않아서 많이들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 사실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라 기본적으로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 성실하게, 과제나 시험은 꼼꼼하게 준비하고, 수업에 빠지지 않고 가는 것은 아마 기본 중의 기본.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제외하고그 외의, 미국 학교 생활 중 한국에서의 생활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을 한번 써 보려고 한다.

 

 

유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이들 강조하는게 아마 적극성, 자율성일 거다.

미국 학교는 수업이 대체적으로 토론형으로 되어 있고, 한국에 비해서 수업 내용에 대해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원에서는 교수님도 학생과 같은 눈높이에서 토론에 참여하는 일이 잦다. 한국에서처럼 가만히 앉아서 교수님이 하는 말만 듣고 오는 형식의 수업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수업 외에도 이런 적극성이나 자율성이 중요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Extracurricular activities (엑스트라 커리큘러 액티비티)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에선 쉽게 클럽 활동, 또는 동아리라고 말할 수 있는 수업들이다.

 

예지씨가 활동했던 쇼콰이어팀. 저 보이시나요 :)

 

보통 음악이나 스포츠에 관련된 활동이 여기에 속하는데, 미국 아이들은 대학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수업 또는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한다. 특히,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가고 싶은 고등학생들은 뭐든 필수로 한 가지씩은 해야 진학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 옵션이 아니라 필수인 셈.

 

꼭 명문대 진학 목표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무엇이든 학교 수업 외 활동을 한가지씩 하는게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모임 내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은 거의 없고 다들 진취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누군가 extracurricular activity를 아예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너드(nerd) 취급을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미국 동아리 활동: 쇼콰이어

내가 학교의 쇼콰이어팀에 처음 조인했을 때에는 안타깝게도 봄학기로, 새로 들어오는 신입이 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학기는 한국과는 반대로 가을 학기가 1학기, 봄 학기가 2학기로 되어 있다. 쿼터제를 쓰는 학교도 있고.) 처음 수업에 찾아갔는데 다짜고짜 입단(?)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며 무대에 올라가서 뭐라도 해 보란다. 다른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객석에 착석해 있었고. 그런 상황에 처해 본 게 처음이라 당황해서, "어... 나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럼 일단 우리나라 국가를 불러 볼게"하고 애국가를 아주 열심히 불렀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웃긴 일인데 당시 다른 친구들이 정말 크게 환호를 해줘서, 아 이런 기분으로 공연을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Omni Singers라고 불리는 우리 쇼콰이어 팀은 노래 담당 디렉터 교수님 한 분과 안무 디렉터 교수님 한 분의 지도를 받았는데, 대부분 두 교수님께서 단체곡에 필요한 노래와 안무의 큰 틀을 준비해 오셨다. 하지만 공연 준비를 하면서 어떤 부분은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고, 어떤 부분은 다른 안무가 더 좋은 것 같다는 둥의 의견들을 자유롭게,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은 학생들 쪽이었다. 

 

한 번은 공연 도중에 한 학생이 경쾌한 느낌의 솔로곡을 하고 있는데 무대 뒤에서 다른 친구가 마이크를 잡고 마음대로 웃긴 애드리브를 넣은 일이 있었다. 무려 공연 당일에! 나는 혼자 '쟤 나중에 혼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다른 학생들은 막 웃기만 했다. 그리고 나중에 교수님들도 엄청 웃으면서 "진짜 웃겼다"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하는게 아닌가. 심지어 남은 공연에도 같은 애드리브를 시키셨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컬처쇼크

쇼콰이어팀에서 처음으로 같이 공연 준비를 하면서는 생각보다 곡이 몇 안 되어, 이렇게 적은 수의 곡으로도 공연이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학생들의 솔로곡이 하나씩 생기는 거다. 누가 어떤 솔로곡을 해라, 하는 교수님의 지시도 못 들은 것 같은데 이런 솔로는 언제 정해진거지? 하는 의문이 생겨 다른 친구들한테 살짝 물어보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얼굴로, "하고 싶은 노래가 생기면 연습해서 수잔(노래 디렉터)이나 코트니(안무 디렉터)에게 찾아가면 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연의 테마에 맞추어 노래를 정한 뒤에 나름 연습해서 두 교수님에게 찾아가 오디션을 보는 거였다. 이건 누가 신입에게 설명을 해 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에겐 그냥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나에게 말해줘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거였다. 나중에 들어온 신입들도 -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 알아서 그렇게 하는 모습들을 보고 나는, 이상하게도 여기서 컬쳐쇼크를 느꼈다. 

 

나름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편이라고 자부하던 터라 이런 미국 학교의 문화 속에서 스스로가 '소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아직 그들만큼의 '자주성'을 갖지 못한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아마도 쇼크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문화적,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랐을 뿐인데.

 

마음을 더 크게 먹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처음에는 그저 잘하려고 노력했다면, 그때부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냥 나 스스로 더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더니 연습 시간이 더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솔로곡에는 선뜻 참여하지 못했다. 솔직히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댄스 부분은 정말로 자신이 없었기도 하고, 그냥 무대에 '홀로' 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나도 모르게 조금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다른 친구들은 디렉터에게 까이더라도 개의치 않고 계속 솔로곡을 준비해서 오디션을 보곤 했는데, 아마 당시 우리 팀에서 솔로 오디션을 보지 않은 건 나뿐이었을 것 같다. 나중에는 단체곡 내에서의 솔로 부분을 맡아서 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와 듀엣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학교 생활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솔로'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 부분이 나에겐 이때 학교 생활의 거의 유일한 후회로 남는다.

 

그래도, 칭찬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옴니 활동을 했던 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미국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쇼콰이어를 하면서 거의 다 배웠고, 타지 생활을 함에 있어서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 수업과 시험, 과제에 치이는 기간에는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ㅠㅠ)하며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캠퍼스 내에서 돌아다닐 때 모르는 학생들이 날 알아보고 "그때 공연 너무 좋았어" 같은 말을 해주면 세상 행복해지곤 했다. (우리 공연이 학교에서도 인기 있는 편이라 티켓은 항상 완판 됐다.)

 

이때 몸에 밴 적극성과 철면피 덕분에 나중에 대학원에 가서도 학생들 중에 가장 시끄럽고 말 많은 학생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리고 그런 적극성은 미국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정말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학교라는 소속 내에서 아주 안전하고 실패 없이 이런 적극성을 배울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베프나 다름 없었던 Hannah 

그리고 친구들. 쇼콰이어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씨어터 전공으로 비전공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 잘 섞일 수 있을지, 나 혼자 겉도는 건 아닐지 걱정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나중엔 정말 다들 가족처럼 지내게 됐다. 아무래도 고된(?)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동지애가 생긴 것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이 팀에서 만난 몇몇의 인생 친구들은, 진짜 얘네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학교생활했을까 싶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친구들은 나중에는 내 결혼식을 보러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와 주기도 했다. 

 

 

누군가 유학 생활을 앞두고 나에게 팁이나 어드바이스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뭐든지 겁내지 말고 일단 해 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그러다 민망한 상황, 창피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심지어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해서'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다. 근데 미국에서는 뭐든 도전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그들만큼의 적극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조건 도전하길! (그래도 나쁜 짓은 하지 마세요...)

 

보고 싶은 옴니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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